아빠가 항상 규비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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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한때 만화가가 되고싶었어
조회 4 추천 0
2023-11-01 15:26
카테고리아빠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작성자 Level 10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불법으로 조그만 만화책을 팔았었는데, 

그 당시 반 친구를 통해서 그 조그만 만화책을 접했던 아빠는 거기에 홀라당 빠져버렸어.


손바닥만한 작은 종이에다 빽빽하게 축소시켜서 복사를 한 그 질낮은 만화책은 두께가 1cm를 넘기기 힘들었는데,

한달에 한번, 아니면 2주일에 한번 정도에 새 책이 나왔어.


거기에는 대충 3~5편의 일본만화가 개똥같은 번역을 통해서 한글화 되어 있었는데

지금의 컴퓨터로 번역기를 사용해도 그거보단 나았을거야


그런데 그건 아무 문제가 안됐어 ㅎㅎ

만화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 그림체들이 너무 예뻣거든.

( 그 당시 우리나라에 청소년용 만화는 우락부락 아니면 둘리밖에 없었어. 그런것만 보다가 일본 캐릭터를 보면 얼마나 이쁘겠냐 )


그래서 아빠도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아마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거 같아

그런데 똥손도 이런 똥손이 없더라. 그래서 어디서 좀 만화도 공부하고 배우고 싶었었는데...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빠가 공부에만 집중하기를 바랐지 딴짓하는걸 용납하지 않으셨거든

그래서 아빠는 몰래 만화책을 보면서 무작정 따라그리기를 하면서 그림공부를 독학했었어

어디가서 배우거나 참고서적을 사는 것도 불가능했지


그렇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자 그나마 좀 이쁜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하더라


중학교때는 어설픈 그림체 가지고 만화책도 만들어서 친구들 보라고 주기도 하고, 어쨋든 그것도 꽤나 인기가 있었어.

그런데, 웃긴건 그렇게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다른반에도 만화를 그리는 아이들끼리 연락이 되서 

슬금슬금 자기들끼리 만화 품평회가 열린다는거야


누구는 잘그리고 누구는 못그리고 이게 더 이쁘고 뭐라뭐라...


아빠도 다른 친구들거를 보니까 자신감이 확 줄어들었어 ㅠㅠ 잘그리더라고

그래서 그 친구들거 그림을 보니까 확실히 아빠거랑은 근본적인게 틀리더라.


지금이야 뭐 인터넷, 유투브 이런데서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만화는 어떻게 그리고 등등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당시에는 그런게 없었거든


어쨋든, 그 중에서 가장 잘그리는 친구들거를 보고 고민을 많이 했었어.

왜냐면 아빠도 '나도 만화가가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던 때였거든


그리고 나중에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 우연히 만화가 지망생 그룹을 만날 기회가 되어서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는데, 참 막막한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아빠는 만화가의 길은 접고, 그냥 취미로서만 남기기로 했어.

덕분에 지금도 아빠는 가끔 만화 캐릭터 그리고 그거 보면서 혼자 뿌듯해 하면서 취미생활 하고 있지.


아빠가 돌이켜보면 

그당시 아빠가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공부를 잘해야 훌륭한 사람 된다고 했었는데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고 ( 하지만 아빠 성적은 좋았음!! 에헴!! )

그 중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만화였고

주위 친구들과 비교했을때 그리 나쁘지 않은 실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런 생각은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면서 와장창 깨져버렸어

거기에는 아빠보다 훨씬 잘그리는 애들이 널렸었거든 -_-


어쨋든 규비한테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만화가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 아빠는 응원한다.

하지만, 지금 그게 공부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돼.

그리고 거기에 매몰되어서 다른것에 눈을 돌리지도 않고 오로지 만화라고 정했으니 그것만 봐서도 안돼.

규비는 아직 많은 기회가 있고 많은 가능성이 있고

조금만 더 살다보면 다른 적성과 능력에 눈이 떠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초등학교 5학년의 생각과 

중학교 3학년의 생각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의 생각.

나중에 자기 몫을 다해야 하는 대학교때의 생각은 점점 틀려질거야.


뭘 하든지 아빠는 응원할거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께.

그러니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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