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져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첫번째는 적대감과 구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현재에 가져다 붙이는 행태였고, 두번째는 정치하는 사람을 자신의 대리인이 아니고 상전으로 모시는 행태였다.
그래도 첫번째의 이념 대립은 그나마 좀 이해는 한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휴전국가이며 공식적으로는 아직까지 전쟁중이다. 그러니 이때까지 집 잘 지켜준 사람에게 갖은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좀 더 애정을 주는것이 뭐가 나쁜가? 그렇게라도 이해는 한다.
그런데 두번째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른바 민주주의에서 자신의 한표를 행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마치 '내 진정한 주인님을 뽑아주세요' 같은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느낌을 너무나 많이 받았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건 민주주의의 권한을 행사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업기와 부흥기, 그리고 현대까지의 근현대를 통들어 본다면 어쨋든 이를 아주 잘 실행하고 분위기 몰이를 했으며 결과를 잘 뽑아서 예쁘게 포장하고 선순환을 일으켜 권력을 지속적으로 장악한것은 당연히 자칭 '보수'라고 불리고 있는 '국민의 힘' 당이다. ( 결과물이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일단 제껴놓고 이야기 하자. 각 대통령들이 재임하고 있을 당시에 우리는 이런 결과물들을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결론내리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견제를 하지 못했다. )
물이 고이면 자연스레 썩기 시작하는 부분이 생기는 법. 특히나 정치는 그 정도가 심하며, 4~5년 주기로 리셋되는 감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패거리 ( 정당 ) 만의 특색이 꽤나 중요했다. 왜냐? 대의의 연속성 때문이다. 어쨋든 이 연속성을 위해 자칭 '보수' 계열은 '반공 + 자유민주주의 수호' 라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삼았고, 진보 계열에서는 '부패척결 + 살기좋은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었다. 그래서 사람을 보고 찍는게 아니고 당을 보고 찍는다는 말도 제법 수긍이 가긴 한다. 어쨋거나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지 않은가.
지금하는 말이지만 이 두가지의 명분자체는 꽤나 밸런스가 좋다. 잘 흘러갔을 경우, 야당의 '하던대로 잘하자'와 여당의 '근데 이부분은 잘못된거임' 하는게 상당히 시너지가 좋으니 말이다. 이럴 경우 고칠건 고치고, 지킬건 지키고 하면서 꽤나 괜찮은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정도 까지는 가지 못한것이 아쉽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단 50년 만에 맨땅에서 개도국 최강자 자리까지 올라왔으며 코로나 직후에는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입성한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성장을 해냈으며 남들이 기적이라고 부르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딴 나라 같으면 못해도 1~2세기정도 걸려야 할 일들이, 단 30년 50년 안에 일어나다 보니까 세대교체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 하버드 교수였나? 이에 관련한 평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현재 한국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세대차이는 외국으로 치면 나와 고조할아버지 이상의 세대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과연 말이 통할까? 나는 그 말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결국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진통이 강하고 사회적인 혼란이 강하게 온다는 이야기이며 외국의 사례들 처럼 스무스하게 사회와 함께 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다시 한국의 정치판을 들여다 보자. 앞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평가할 때, 자칭 '보수' 계열은 '반공 + 자유민주주의 수호' 라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삼았고, 진보 계열에서는 '부패척결 + 살기좋은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었다고 했다. 그리고 여당은 약빨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자 전쟁 직후나 산업부흥기에나 써먹었어야 할 대의명분을 활용하기 위해 그 대상을 야당으로 타겟을 삼았다. 즉, 쉽게말해 저놈들은 빨갱이고 쟤네들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는 공산화 된다는 것을 매 선거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나라 산업역군 세대는 아직까지도 매몰되어 있다.
( 흔히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부르는 세력 말이다. 대충 30%정도 되던가? )
이게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다. 자칭 '보수'계열인 여당이 시대가 바뀌는데도 진화하지 못하고 낙오되어 버렸다. 시대가 변하고 우리도 빨리빨리 발전해야 하는데, 길잡이가 장님이 되어 버렸다. 분명히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강고한 기반이자 이념이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 있었더니 기반이 점점 부스러져서 이제는 허리까지 늪 속에 들어가 있는 꼴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하지만, 권력은 유지하고 싶고 단물은 빨고 싶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딱 하나 방법 밖에는 없다.
자기 반대 세력을 무조건 탄압하고 찍어누르고 각종 잡 기술들로 선거를 이겨나가는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내세울 명분도, 인물도 없을 때 제3세력에서 얼굴마담을 영입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시켰고, 이는 유효했다. 그게 바로 윤석열이었으며, 정치에 대한 사고력과 판단력은 저 길거리에 빨갱이 어쩌고 하는 피켓들고 시위하는 노숙자들보다 못한 사람을 기어이 대통령 자리에 앉히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윤석열이 대통이 되자마자 내가 느낀것은 마치 과포화 용액에 촉매를 넣은 것처럼 아주 빠르게 반응하는 각종 부패세력들의 암약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빠르고 단단하게 윤석열과 결탁했으며 자기들이 옳다고 믿는 방법으로 조직을 장악해 나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극우 중에서도 개 꼴통 포지션의 정신머리를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으니 비슷한 것들이 요직을 차지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분위기에 눌려 숨어있던 놈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상에 나왔다. 2024년 말 계엄사태가 터지기 전까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런 정치 판도는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라 예상했으며, 만약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들은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더욱 영향을 떨쳤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정점에 달했을 때, 계엄이 터졌다.
그 후는 다들 아시다시피 잽싸게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성공하고 윤석열의 장밋빛 꿈은 휴지조각이 되었으며 이는 국민의 힘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선사했다. 계엄이라니 ㅎㅎ
이제는 정치의 구도가 변경될 시점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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